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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을 태우면서... 내 인생의 화양연화(花樣年華)
2011-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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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과 전문의 장경애 원장

 
화양연화(花樣年華)는 여자의 가장 아름다운 한 때, 혹은 인생에서 가
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을 표현하는 말이다.
장만옥(張曼玉, Maggie Cheung)과 양조위(梁朝偉, Tony Leung Chiu Wai)가 주연을 맡고 왕가위가 감독한 영화 <화양연화> (花樣年華, In The Mood For Love, 2000) 가 나온 후 많은 사람들의 인구에 회자되는 말이기도 하다. 특히, 요즘처럼 길거리에 낙엽이 뒹굴고 마음에 스산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면 라디오에선 이 영화의 주제가인 Nat King Cole의 "Quizas, Quizas, Quizas"가 종종 흘러나온다. ("Quizas, Quizas, Quizas"는 스페인어이고, 영어로는 “Perhaps, Perhaps, Perhaps"로 번역된다.)
갑자기 영화 <화양연화>가 생각이 난 것도 오늘 수술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Quizas, Quizas, Quizas" 때문이다. 지난번 다녀온 봉평의 효석문학관에서 받았던 느낌, 뭐라고 표현하긴 힘든데, 뭔가 마음에 동요를 일게 하는 그 느낌..그런데 말로 뭐라 표현할 수 없었던 그것이 “화양연화”였구나 하는 생각도 났다.


 
10월 초 가족들과 봉평으로 1박 2일 여행을 다녀왔다.
봉평은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으로 유명해진 작은 마을이다. 주변에 허브 농장, 효석문학관, 무이예술관 등 여러 스토리를 아기자기하게 꾸며내서 동네 자체를 하나의 관광 상품으로 잘 만들어낸 지역이다.
그 주변에 분위기 좋은 아름다운 펜션들도 많아 가족 단위로 여행을 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었다.
그 중에서도 나는 “효석문학관”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우선 문학관까지 가는 오르막길이 가을 하늘과 어울려 낭만이 있어서 마음에 들었고, 이효석의 일생과 책에 대한 설명들이 마음에 들었다. 가을은 낭만(浪漫)을 논하기에 가장 좋은 계절 아닌가?

문학관 안에는 이효석의 생애에 대한 설명과 사진, 유품들을 전시해 놓았다.
주로 “메밀꽃 필 무렵”에 대한 설명이 많았다.
문학관에서 본 이효석(李孝石 1907-1942)에 대한 설명 중 기억에 남는 것만 정리하자면 이효석은 봉평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자란 경험으로 “메밀꽃 필 무렵”과 같은 고향과 자연을 그린 작품의 바탕이 되었다.
성장해서는 서구적 향기에 젖어 빵과 버터, 커피, 모차르트와 쇼팽의 피아노곡 연주, 프랑스 영화 등을 즐겼고, 실향 의식을 지닌 채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이상향을 찾아 헤맨, 일종의 보헤미안 내지 코스모폴리탄적 성향을 지닌 사람으로 항상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했다고 한다.
대표작으로는 “메밀꽃 필 무렵” 외에 “도시와 유령”, “돈(豚)”, “수탉”, “장미 병들다”, “화분(花粉)” 등이 있다. 그러나 내게 이효석하면 떠오르는 것은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나왔던 “낙엽을 태우면서”란 수필이다.
 
...낙엽 타는 냄새같이 좋은 것이 있을까. 갓 볶아 낸 커피의 냄새가 난다. 잘 익은 개암 냄새가 난다. 갈퀴를 손에 들고는 어느 때까지든지 연기 속에 우뚝 서서 타서 흩어지는 낙엽의 산더미를 바라보며 향기로운 냄새를 맡고 있노라면 별안간 맹렬한 생활의 의욕을 느끼게 된다...음영과 윤택과 색채가 빈곤해지고, 초록이 전혀 그 자취를 감추어버린, 꿈을 잃은 허전한 뜰 한복판에 서서, 꿈의 껍질인 낙엽을 태우면서 오로지 생활의 상념에 잠기는 것이다...가을이다! 가을은 생활의 계절이다. 나는 화단의 뒷자리에를 깊게 파고, 다 타버린 낙엽의 재를 죽어버린 꿈의 시체를 땅 속에 깊이 파묻고, 엄연한 생활의 자세로 돌아서지 않으면 안된다...(“낙엽을 태우면서” 중에서)
 

고등학교 시절은 누구나 그러했겠지만 학업으로 인해, 요즘 큰애가 숙제를 해놓지 않고 변명을 늘어놓을 때 자주 표현하는 어휘인 ‘뇌가 폭발할 것 같은’ 시기로, 숨 쉬기 조차 힘든 때, 국어 교과서에서 본 이 수필은 일종의 휴식이자 위로가 되었었다. 운동장 구석구석 쌓인 낙엽을 밟으면서 친구들과 이 수필을 얼마나 읊조렸던가.
그러나 20여년도 훨씬 전의 그때를 떠올리면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이 내 인생의 화양연화(花樣年華)가 아니었나 싶다. 다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무엇을 해도 자신만만하고, 길거리의 돌멩이 구르는 소리만 들어도 친구들과 깔깔대며 웃던 그 시절이... 그 친구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 친구들도 아마 낙엽 쌓인 거리를 걸으면 한번쯤은 그 시절을 떠올리며 그리워할 것이다. 지나간 것은 다 아름답다고 하지 않았나.
효석문학관에서 한참 상념에 젖은 나를 보며 아이들은 “엄마! 엄마랑 비슷한 점이 많네요? 이효석 말이에요. 커피랑, 버터랑, 빵을 좋아했대요! 버터 바른 빵 먹고 싶다!” 에고..옛날 추억에 잠겨 분위기 잡는 엄마를 보며 먹는 얘기로 분위기를 흐리다니..
 
 
효석문학관에서 “낙엽을 태우면서”와 연관되어 한참 머리에 빙빙 돌던 뭔가 찾던 비슷한 분위기.
영화 <화양연화>는 홍콩의 상하이 이주자들이 주로 거주하는 한 아파트에 이사 온 두 부부의 이야기이다. 지역신문 편집장 차우(양조위) 부부와 무역회사 비서로 일하는 리첸(장만옥) 부부가 그들이다. 두 사람은 자신들의 배우자가 서로 사귀고 있음을 알게 된다. 배신감에 흐느끼는 리첸을 위로하면서 차우는 자신도 모르게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음을 깨닫고, 리첸 역시 자신의 마음이 점점 차우에게로 향하고 있음을 느낀다.
그러나 그들은 바람을 피우는 그들과는 다르다며 서로의 사랑을 감춘 채 우정을 앞세운다. 서로를 위로하며, 함께 국수를 먹고, 무협소설을 쓰고, 스테이크를 자르며 상대방에 대한 사랑이 점점 더 커지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결국 차우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과 소문으로부터 리첸을 지키기 위해 싱가포르로 가기로 한다. 떠나기 전 차우는 마지막으로 리첸에게 묻는다. “티켓이 한 장 더 있다면 나와 같이 갈 수 있소?” 그러나 차우를 따라가지 못한 리첸이 홀로 호텔 2046호실에 남아 눈물을 떨어뜨린다.
이 영화는 대사가 별로 없다. 단지 장만옥이 입고 나오는 중국 전통의상인 치파오로 내면의 우울한 감정신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장만옥이 몸매가 드러나는 치파오를 입고 또각또각 구두소리를 내며 보온병을 들고 다니는 뒷모습은 영화 장면 중 가장 고혹적인 장면 중 하나인 것 같다.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이효석의 “낙엽을 태우면서”도 다시 읽어보고, <화양연화>도 한번 다시 더 보고, 쓸쓸한 가을의 정취를 한번 더 깊이 만끽해봐야겠다.
 
 
 

꼬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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